지난해 7월 쏟아진 집중 호우로 대규모 산사태와 하천 범람이 연쇄 발생한 산청의 수해 이재민이 일상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호단체 그린피스는 산청 수해 이재민 126명을 현장에서 직접 만나는 방식으로 진행한 ‘2025 산청 수해 실태조사 최종 보고서’를 16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와 산청 지역 단체인 ‘그늘과 언덕’, 산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공동으로 지난해 10~11월에 걸쳐 실시했다.
실태조사 결과, 수해 발생으로부터 4개월이 지난 시점까지 산청 수해 이재민 두 명 중 한 명은 소득 회복이 절반도 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중 경제활동에 피해를 보았다고 답한 비율은 90%에 달했으며, 이들 중 약 34%가 소득 회복률이 10%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30~50% 수준으로 회복했다는 응답이 20%로 뒤를 이었고, 10~30% 수준 회복은 14%로 나타났다.
경제 활동 유형별로는 농업(논·밭작물, 과수 등)이 72%를 차지했으며, 상업·서비스업이 9%였다. 소득 활동 형태로는 자영업이 약 77%에 달하며 복구 비용에 개인 부담이 큰 점이 관찰됐다.
조사를 진행한 그린피스 관계자는 “경제 활동 수단인 비닐하우스나 가게 자체가 피해를 보아, 작물을 생산하거나 가게를 운영할 수 없었고, 이에 소득 회복에 더욱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두 명 중 한 명은 심각한 PTSD 위험에 속하는 등 심리적 피해도 나타났다. 한국형 사건 충격 척도인 IES-R-K를 활용해 조사를 시행한 결과 응답자의 약 69%가 PTSD 위험 범위(25점 이상)에 속했다. 이 중 ‘심각한 PTSD 위험(40~59점)’ 군은 30%에 달했다. ‘매우 심각한 PTSD 위험(60점 이상)’도 25%를 기록하는 등, 응답자 절반 이상이 심각한 PTSD 위험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스트레스 수준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 재난 당시의 생명 위협 경험 ▲ 사후의 경제적 회복 정도 ▲ 물적 피해 규모 ▲ 행정 기관의 보상 및 정보 제공 과정의 문제점 등이었다.
특히 정보 전달 과정에서 주민 소외 현상이 있었으며, 이러한 정보 제공의 불투명성은 주민 심리 회복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응답자의 78%는 복구 지원비 산정 근거를 모른다고 답했으며, 민간 성금 역시 규모와 배분 정보를 모른다고 답한 비율이 94%에 달했다. 민간 성금 배분 과정에서 주민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답한 비율 역시 92%로 나타나는 등, 복구 과정에서 주민 참여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해 이후 피해 평가·복구 지원비와 복구 계획 등의 정보를 전달받지 못했다는 응답도 19건이나 됐다. 정보 전달 방식 역시 구두 네트워크에 의존하고 있었다. 정보 전달 경로에 대한 답변 중 ‘이장을 통한 전달(44건)’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이웃(32건)’이 그 뒤를 이었다.
복구 과정의 정보 부족은 주민 간 갈등으로도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복구 과정에서의 주민 간 갈등이 현재도 지속된다는 응답은 33%, 해결을 포기했다는 응답은 26%에 달했다. 갈등의 원인으로는 응답자의 30%가 복구 과정의 ‘정보 부족’을 꼽았으며, 불충분한 피해 지원(26%), 배분의 불합리성(23%)이 뒤를 이었다.
또 주민은 안전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전체 응답자 중 33%(41명)가 마을 재 조성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이들은 ‘폭우·산불 등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마을’(38건)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어 도로·상수도·폐기물처리장 등 부족한 인프라 보완을 원한다고 했다.
강성원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기록적인 산청 수해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산청 수해 피해 주민들은 아직 일상을 되찾지 못했다. 재난 이후 주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행정의 정보 제공은 미흡했고, 주민들의 심리적·경제적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수해 위험이 반복될 수 있는 여름을 맞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후위기로 기후재난의 위험은 매년 커지는데, 정부의 재난 대응 체계는 여전히 사후 단기 복구에만 집중되어 있으며 이마저도 대형 기후재난 앞에선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산청 수해 실태조사를 통해 알 수 있다”라며 “기후재난을 상정하지 않은 사전 대비는 예상치 못한 피해 규모를 야기할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는 기후재난의 규모와 빈도를 고려한 사전 대비 체계를 구축해야 하고, 피해가 발생한 지역에는 중장기적 회복 지원을 제도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7월 쏟아진 폭우로 전국에서 5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피해 추정액은 총 1조848억원에 달한다. 경남 서부 내륙 지역에는 최대300~800
mm에 달하는 집중 호우가 쏟아졌으며, 특히 산청에는 단 나흘 만에 793.5mm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단성면 일대는 이러한 극한 호우로 대규모 산사태와 하천 범람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이에 군은 즉시 ‘전 군민 대피령’을 내렸고, 총 2113세대(2855명)가 긴급 대피했다. 인명 피해는 사망 14명, 실종 1명, 중상 4명 등 총 19명으로, 단일 지자체 중 가장 피해가 컸다.
그린피스, 산청 수해 이재민 대상 ‘2025 수해 실태조사 최종 보고서’ 발표, ‘복구 계획 전달 못 받았다’ 응답도···정보 제공 불투명성, 심리 회복에도 큰 영향 미쳐
경제활동 수단 자체 피해로 소득 회복에 어려움···두 명 중 한 명은 심각한 PTSD 위험, “재난 대응, 여전히 사후 단기적 복구에 집중···기후재난 고려해 사전 대비책 구축해야”
입력 2026.07.16 11:28수정 2026.07.16 13:32
지난해 수해장면(투데이 산청DB)
지난해 7월 쏟아진 집중 호우로 대규모 산사태와 하천 범람이 연쇄 발생한 산청의 수해 이재민이 일상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호단체 그린피스는 산청 수해 이재민 126명을 현장에서 직접 만나는 방식으로 진행한 ‘2025 산청 수해 실태조사 최종 보고서’를 16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와 산청 지역 단체인 ‘그늘과 언덕’, 산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공동으로 지난해 10~11월에 걸쳐 실시했다.
실태조사 결과, 수해 발생으로부터 4개월이 지난 시점까지 산청 수해 이재민 두 명 중 한 명은 소득 회복이 절반도 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중 경제활동에 피해를 보았다고 답한 비율은 90%에 달했으며, 이들 중 약 34%가 소득 회복률이 10%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30~50% 수준으로 회복했다는 응답이 20%로 뒤를 이었고, 10~30% 수준 회복은 14%로 나타났다.
경제 활동 유형별로는 농업(논·밭작물, 과수 등)이 72%를 차지했으며, 상업·서비스업이 9%였다. 소득 활동 형태로는 자영업이 약 77%에 달하며 복구 비용에 개인 부담이 큰 점이 관찰됐다.
조사를 진행한 그린피스 관계자는 “경제 활동 수단인 비닐하우스나 가게 자체가 피해를 보아, 작물을 생산하거나 가게를 운영할 수 없었고, 이에 소득 회복에 더욱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두 명 중 한 명은 심각한 PTSD 위험에 속하는 등 심리적 피해도 나타났다. 한국형 사건 충격 척도인 IES-R-K를 활용해 조사를 시행한 결과 응답자의 약 69%가 PTSD 위험 범위(25점 이상)에 속했다. 이 중 ‘심각한 PTSD 위험(40~59점)’ 군은 30%에 달했다. ‘매우 심각한 PTSD 위험(60점 이상)’도 25%를 기록하는 등, 응답자 절반 이상이 심각한 PTSD 위험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스트레스 수준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 재난 당시의 생명 위협 경험 ▲ 사후의 경제적 회복 정도 ▲ 물적 피해 규모 ▲ 행정 기관의 보상 및 정보 제공 과정의 문제점 등이었다.
특히 정보 전달 과정에서 주민 소외 현상이 있었으며, 이러한 정보 제공의 불투명성은 주민 심리 회복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응답자의 78%는 복구 지원비 산정 근거를 모른다고 답했으며, 민간 성금 역시 규모와 배분 정보를 모른다고 답한 비율이 94%에 달했다. 민간 성금 배분 과정에서 주민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답한 비율 역시 92%로 나타나는 등, 복구 과정에서 주민 참여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해 이후 피해 평가·복구 지원비와 복구 계획 등의 정보를 전달받지 못했다는 응답도 19건이나 됐다. 정보 전달 방식 역시 구두 네트워크에 의존하고 있었다. 정보 전달 경로에 대한 답변 중 ‘이장을 통한 전달(44건)’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이웃(32건)’이 그 뒤를 이었다.
복구 과정의 정보 부족은 주민 간 갈등으로도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복구 과정에서의 주민 간 갈등이 현재도 지속된다는 응답은 33%, 해결을 포기했다는 응답은 26%에 달했다. 갈등의 원인으로는 응답자의 30%가 복구 과정의 ‘정보 부족’을 꼽았으며, 불충분한 피해 지원(26%), 배분의 불합리성(23%)이 뒤를 이었다.
또 주민은 안전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전체 응답자 중 33%(41명)가 마을 재 조성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이들은 ‘폭우·산불 등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마을’(38건)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어 도로·상수도·폐기물처리장 등 부족한 인프라 보완을 원한다고 했다.
강성원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기록적인 산청 수해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산청 수해 피해 주민들은 아직 일상을 되찾지 못했다. 재난 이후 주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행정의 정보 제공은 미흡했고, 주민들의 심리적·경제적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수해 위험이 반복될 수 있는 여름을 맞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후위기로 기후재난의 위험은 매년 커지는데, 정부의 재난 대응 체계는 여전히 사후 단기 복구에만 집중되어 있으며 이마저도 대형 기후재난 앞에선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산청 수해 실태조사를 통해 알 수 있다”라며 “기후재난을 상정하지 않은 사전 대비는 예상치 못한 피해 규모를 야기할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는 기후재난의 규모와 빈도를 고려한 사전 대비 체계를 구축해야 하고, 피해가 발생한 지역에는 중장기적 회복 지원을 제도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7월 쏟아진 폭우로 전국에서 5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피해 추정액은 총 1조848억원에 달한다. 경남 서부 내륙 지역에는 최대300~800
mm에 달하는 집중 호우가 쏟아졌으며, 특히 산청에는 단 나흘 만에 793.5mm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단성면 일대는 이러한 극한 호우로 대규모 산사태와 하천 범람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이에 군은 즉시 ‘전 군민 대피령’을 내렸고, 총 2113세대(2855명)가 긴급 대피했다. 인명 피해는 사망 14명, 실종 1명, 중상 4명 등 총 19명으로, 단일 지자체 중 가장 피해가 컸다.